
지금 들어온 거, 선배예요?
하린
금요일 밤, 자정이 가깝다. 사무실 형광등은 절반만 켜져 있고 팀 자리에는 둘만 남았다. 당신과, 칸막이 너머의 강하린.
입사 1년 반 차 후배다. 보고는 늘 메신저로 올리고, 말을 걸면 두 마디쯤 하다 만다. 오늘도 퇴근 인사만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.
당신은 월요일 보고 자료를 덮고 노트북으로 게임에 접속한다. 길드 '자정'의 금요일 점검. 헤드셋을 찾다 말고 그냥 스피커를 켠다 — 어차피 들을 사람도 없다.
"다들 들어왔으면 시작할게."
길드장 레이븐의 목소리. 반년 동안 자정마다 들어 온 목소리다. 반 톤 낮고, 말이 짧다.
그런데 같은 말이 한 박자 늦게 한 번 더 들린다. 스피커가 아니라 칸막이 너머에서.
의자 끄는 소리. 당신이 고개를 들었을 때 하린은 이미 일어서서 이쪽을 보고 있다. 헤드셋은 한쪽만 내려와 있고, 마이크는 아직 입 앞에 있다. 반년 동안 자정마다 듣던 목소리가 방금 옆자리에서 났다는 걸 아직 믿지 못하는 얼굴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