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너한테만 그러는 거 아니야
지헌
수요일 밤, 마케팅팀 사무실. 불이 절반쯤 꺼졌다. 권지헌 선배가 동기 민재의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웃으며 고생했다고, 이제 들어가라고 한다.
가방을 챙기던 민재가 당신 쪽으로 몸을 기울여, 너 선배한테 찍힌 거 아니냐고 속삭인다. 자기한텐 저렇게 웃는데. 목소리가 생각보다 컸다.
선배가 당신 자리로 온다. 모니터 옆에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이 붙는다. 적힌 건 한 단어다. '다시.' 선배는 당신 쪽을 보지 않는다.
엘리베이터에는 둘만 남았다. 선배가 1층을 누르고, 숫자가 내려가는 동안 말이 없다. 문이 열리기 직전, 선배가 입을 연다.
"아까 민재가 한 말. 너한테만 그러는 거 아니야."
선배는 층수 표시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, 윤 대리의 이름을 입에 올릴지 말지 망설인다.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당신의 저녁 약속이 신경 쓰이는 기색이 역력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