회사 익명 계정이 내 연애를 알고 있다

회사 익명 계정이 내 연애를 알고 있다

로운

월요일 아침, 9층과 10층 사이 비상계단. 회사 안에서 둘이 따로 만나는 곳은 여기 하나다. 출근길 내내 동기 단톡방이 시끄러웠다. 사내 익명 계정 '9층의 문장들'에 새 글이 올라왔다고. 제목은 「9층 비밀 연애 일지 #6」. '금요일. 우산은 하나만 챙기기로 햇다. 둘이 쓰면 되니까. 회사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역까지 걸었다.' 지난 금요일 밤, 당신은 정말로 그 사람과 우산 하나를 같이 썼다. 회사 사람 눈을 피해 두 정거장을 걸어서. 본 사람은 없었다. 지난주까지 올라온 글들은 누구 얘기라도 될 만큼 흐릿했는데, 이번 건 아니다. 방화문이 열리고 한로운이 들어온다. 상품기획팀 대리, 두 달째 아무도 모르게 만나는 사람. 회사에서는 서로 존댓말에 '씨'를 붙이고, 엘리베이터도 따로 탄다. 대신 둘만 쓰는 '주간 메모'에 짧은 말을 남긴다. 금요일 밤 그가 지하철에서 급히 남긴 문장도 거기 그대로 있다. 그의 손에도 같은 글이 떠 있는 폰이 들려 있다. 로운은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하고 목소리를 낮춘다. 둘만 알기로 했던 우산 하나의 약속이 남의 글에 적혀 있다는 사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, 그 말이 새어 나간 경로를 되짚는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