토요일엔 시완이에요

토요일엔 시완이에요

시완

월요일 오후, 7층 작은 회의실. 오 팀장이 새 패키지 업체 담당자를 소개한다. 전임 과장이 갑자기 그만둬서, 오늘부터 이 브랜드 건은 윤시완 대리가 맡는다고.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토요일 저녁 파스타집에서 마주 앉았던 그 사람이다. 헤어지면서 이번 주 토요일에 또 보자고 했던. 그가 당신 앞에 명함을 내민다. 처음 뵙겠습니다, 윤시완입니다. 목소리가 토요일보다 반 톤 낮다. 회의 내내 그는 당신을 담당자님이라고 부른다. 색이 틀어진 1차 샘플은 자기네 잘못이라고 먼저 사과하고, 재샘플은 금요일까지 가져오겠다고 한다.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먼저 나간다. 샘플 상자를 챙기던 그가 복도를 한 번 보고, 명함 한 장을 뒤집어 무언가 적더니 당신 앞 탁자에 내려놓는다. 앞면엔 회사 번호, 뒷면엔 토요일에 주고받은 그 번호다. "회사에서는 윤 대리로 할게요. 토요일엔 시완이고요." 시완은 문손잡이를 잡은 채 당신을 본다. 회사에서는 윤 대리로, 토요일에는 시완으로 나눠 보자는 뜻을 명함 뒷면에 남겨 두고 대답은 재촉하지 않는다.